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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한자어 어휘가 같은 의미의 중국어 단어와 다른 한자를 쓰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에서는 照片(zhàopiàn, 조편)이라고 쓰는 사진이 좋은 예입니다.
한자를 풀어 보면 사진(寫眞)은 베낄 사(寫)에 참 진(眞), 즉 진짜(眞)를 베낀다(寫)는 뜻이고 조편(照片)은 빛이 비친(照) 조각(片)이라는 뜻이 됩니다.
사진이라는 뜻의 영단어인 photography도 빛(photo)으로 그린 그림(graphy)이라는 뜻이니 사진에 대해 중국어와 영어에서는 원재료인 빛에 관심이 많고 한국어에서는 무언가를 그대로 베껴낸다는 기능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寫는 ‘베낄 사’라는 한자로, 寫가 들어간 단어에는 사진(寫眞)을 비롯하여 대상을 베끼듯 설명한다는 뜻의 묘사(描寫), 써서 베낀다는 뜻의 필사(筆寫), 목소리를 베낀다는 뜻의 성대모사(聲帶模寫), 원본을 베낀 것이라는 뜻의 사본(寫本)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뜻의 사실(事實)에는 일 사(事) 자가 들어가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예술 사조를 뜻하는 사실주의(寫實主義)의 사실(寫實)에는 베낄 사(寫)가 들어갑니다.
‘사실(事實)주의가 아니라 사실(寫實)주의니까 그 어떤 사실주의 예술도 현실을 베낀 것일 뿐 현실 그 자체일 수는 없겠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중국어에서는 寫가 글자를 쓴다는 뜻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간체자로는 写라고 쓰지요. 홍콩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寫字樓(사자루)가 있습니다.
사무소를 중국 본토에서는 주로 办公室(bàngōngshì, 판공실)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는 寫字樓(사자루)라고 합니다. 글자(字)를 쓰는(寫) 건물(樓)이라는 뜻으로 추측됩니다.
요즘은 글씨를 쓰지 않고 키보드로 글자를 치니까 칠 타(打) 자를 써서 打字樓(타자루)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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