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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을 보는 곳’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은 많은 언어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당장 한국어만 보더라도 똥오줌을 누는 곳이라는 뜻의 변소(便所, 똥오줌 변, 곳 소)보다는 화장을 하는 방이라는 뜻의 화장실(化粧室)이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일본어에서도 손을 씻는 곳이라는 뜻의 오테아라이(お手洗い) 혹은 영어의 toilet을 음차한 토이레(トイレ)가 주로 쓰이고 미국식 영어에서는 욕조(bath)가 있는 방이라는 뜻의 bathroom이, 캐나다식 영어에서는 씻는 방이라는 뜻의 washroom이 주로 사용됩니다.
이는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홍콩 곳곳에서 세수간(洗手間)이라는 표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손(手, 손 수)을 씻는(洗, 씻을 세) 곳(間, 사이 간)이라는 뜻이 되지만 세수간(화장실)에 가서 손만 씻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수(洗手)도 글자와 뜻이 다른 단어입니다.
글자만 보면 손을 씻는 것이 세수인데 일상에서는 얼굴을 씻는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요. 세수간(洗手間) 외에 중국어에서 화장실을 뜻하는 단어로는 측소(廁所), 위생간(衛生間) 등이 있습니다. 위생간(衛生間, wèishēngjiān)은 상대적으로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에서 많이 쓰이는 느낌입니다.
씻을 세(洗)를 쪼개면 물 수(氵)와 먼저 선(先)이 됩니다. 이를 뜻 부분인 물 수(氵)에 소리 부분인 먼저 선(先)이 결합하면서 소리가 ‘세’로 바뀐 형성자로 보기도 하고 갑골문에서는 先에 발이라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물(氵)에 발(先)을 씻는다는 뜻의 회의자로 보기도 하는데 일상에서는 너무 깊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외우기 쉽게 “집에 들어오면 먼저(先) 물(氵)에 손부터 씻어라(洗)” 정도로 말을 만들면 재미있겠지요.
洗가 들어간 단어로는 세수(洗手), 세면(洗面), 세탁기(洗濯機), 세뇌(洗腦) 등이 있습니다. 세뇌는 말 그대로 뇌(腦)를 씻는(洗)다는 뜻인데 영어 단어 brainwashing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brainwashing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950년으로,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에게 포로로 잡힌 미군 중 일부가 빠르게 중공군에게 협력하게 된 이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중국어 단어 세뇌(洗腦, xǐnăo)를 brain(腦) + washing(洗)으로 직역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합니다. 한자어의 직역이 아니면서 의미가 비슷한 영어 표현으로는 mind control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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