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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 사람이 경험하는 홍콩 (2)

기사입력 2003.03.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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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징그러운 홍콩! 홍콩에 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함은 물가가 비싸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비가 한국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살면 살수록 홍콩물가에 겁을 내는 이유는 쇼핑몰 문화에 점점 길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외국인으로서 홍콩에서 살기에 집세와 교육비는 눈 튀어나올 만큼 비싼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이벤트에 응답해준 사람들은 거기에다 교통비 비싼 것 하나를 더 첨가해주었다. 두 번 째로 홍콩에서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살인적인 습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평균 습도가 90퍼센트를 육박하는 홍콩의 기후는, 겨울이 더 건조한 한국 기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에어컨을 트는 한 여름에는 에어컨의 뛰어난 제습력 때문에 한증막 같은 바깥날씨만 빼고는 습기가 그리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일반 가정에서 에어컨을 돌리지 않는 12월부터 3월까지는 마룻바닥이며 벽이며, 옷장 속에 물기가 줄줄 흐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더러의 한국 주부들은 겨울마다 두통이나 생리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홍콩의 식당이나 사무실 등에서 겨울에도 에어컨을 돌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습기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 많이 꼽고 있는 홍콩의 나쁜 점은 시끄럽다는 것이다. 특히 얌차집이나 음식점에서 경험하는 홍콩인들의 수다와 스피커를 댄 듯한 음성, 싸움을 방불케하는 고음의 억양은 홍콩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한국인들에게 적응되지 않는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마련이다. 남들을 의식해서 입을 가리고 떠들어야 하는 한국음식점과는 달리, 남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홍콩인들의 왁자지껄 대화 문화가 정신없다는 것이 홍콩에서 살거나 홍콩에 관광하러 오는 한국인들 대부분의 지적이었다. 그 다음으로 홍콩을 정 떨어지는 도시로 만드는 것은 냄새다. 시장 골목이나 길거리 음식점 옆을 지날 때 어김없이 가장 먼저 반기는 홍콩만의 그 냄새. 이것은 더러 두리안의 냄새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썩은 두부 튀길 때 나는 냄새이기도 하다. 냉동식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홍콩인들에게 공급되는 아직 숙성되지 않은 소나 돼지고기의 그 살과 피냄새, 그리고 태국 향미로 밥을 지을 때 나는 냄새, 말린 생선인 함위에서 나는 그 비릿하면서도 꼬릿꼬릿한 냄새 때문에 많은 한국사람들이 홍콩의 시장 골목 걸어다니기를 힘들어하고 있다. 마치도 홍콩인들이 한국의 김치 익은 냄새에 코를 막듯이 말이다. 냄새와 관계된 홍콩문화 속에서 뺄 수 없는 것은 향불 냄새다. 음식점, 아파트 복도, 심지어는 은행의 한 귀퉁이에 어김어김 차려져있는 관운장을 위한 향불에서 나는 향냄새는 우리나라 제삿상에서 피우는 향냄새와는 또 다른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집어든 중국어 신문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머리통이 부숴진 사진을 1면 하나 가득 총천연색으로 보게 될 때, 심심해서 틀어 본 텔레비젼에서 방영되는 쇼 프로나 드라마가 어색하고 썰렁할 때, 인터넷 환경이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열악할 때, 홍콩에 사는 한국인들은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아, 징그러운 홍콩! 돈을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홍콩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도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Money is the best(돈은 목숨보다 중하다)정신으로 무장된 이들은 매스미디어, 드라마,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돈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관계를 맺어나간다. 돈 밝히는 자신의 기질을 애써 숨기려는 한국인들에게 드러내놓고 돈을 계산하는 홍콩인들은 쉽게 친해질 수 없는 부분으로 남는다. 난방시설이 없고, 건물과 건물 사이가 좁고, 공기가 나쁘고, 피씨방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홍콩의 나쁜 점 중의 하나로 지적되었다. 특히 결혼 안 한 여성들은 홍콩 남자들이 키가 작고 외모가 볼 것 없다는 항목을 빼놓지 않고 적어주었다. 중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한국 학생 하나는 한국에는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들이 흔한 것에 비해 중문대학의 도서관은 밤 9시 반이면 문을 닫아버려 몹시 불편하다고 적었다. HSBC 은행이 잔고 HK$5,000 이하의 고객에 한해서 한 달 서비스 수수료 $40을 받겠다고 발표한 날, 한 리포트 제출자는 홍콩의 나쁜 점에 이것을 꼭 첨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에필로그 이상으로 약 20여명이 수요저널 웹사이트 나눔방을 통해 올려준 홍콩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홍콩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 이제 막 도착해서 적응하고 있는 새내기들, 홍콩인 남편 혹은 아내와 살고 있다는 이들, 홍콩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들 리포트 제출자들은 홍콩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적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좋은 점은 구구절절 많이 적어준 반면 나쁜 점에 대한 언급은 아주 미흡했다. 이는 홍콩이 꼭 한국보다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좋은 점을 더 크게 보려는 이들의 적응력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짧게든 길게든 어차피 홍콩을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살아가는 한, 이 땅의 모든 것은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끌어 안아야 하는 우리의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홍콩의 좋은 점은 크게 누리고 즐기기 바란다. 그리고 나쁜 점들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투정하지 말고 이해하는 자세로 품어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삶의 자세가 우리를 홍콩에서 승리하도록 만들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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