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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
벌일 렬, 벌일 열
무언가를 한 자리에 늘어놓는 것을 벌인다, 혹은 벌여 둔다고 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거실 바닥에 벌여 놓았다’, ‘점원이 진열장에 물건을 벌여 놓았다’와 같은 식입니다. 이 ‘벌이다’를 한자로는 列(벌일 렬, 벌일 열) 이라고 씁니다. 바로 앞 예문에 나오는 진열장(陳列欌)은 말 그대로 물건을 진열(陳列)해 놓는 장롱(欌)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도 벌일 열(列)을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을 벌여 놓는 것이 진열(陳列)인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 열차(列車)에도 벌일 열이 들어 있습니다. 풀어보면 수레(車, 수레 차)를 벌여 놓았다(列, 벌일 열)는 뜻으로, 여러 대의 차량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묘사한 단어입니다. 한자의 뜻만 따지면 트레일러를 여러 대 연결해서 다니는 경우도 열차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전철이나 기차처럼 궤도를 다니는 차량에 대해서만 열차라는 말을 씁니다. 사진은 홍콩의 지하철 역에서 찍은 왕열차(往列車)라는 안내문입니다. 갈 왕(往)에 열차(列車)가 있으니 열차(列車)를 타려면 화살표 방향으로 가라(往)는 뜻이 되겠네요.
列의 원래 발음은 ‘렬’이지만 두음법칙의 영향을 받아 단어의 맨 앞에 올 때에는 ‘열’이 되고, 단어의 중간이나 뒤에 오더라도 모음이나 니은 받침 뒤에 올 때에는 ‘열’이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원래대로 ‘렬’로 읽습니다. 그래서 列車는 렬차 대신 열차가 되고 羅列은 나렬 대신 나열이 되지만 竝列은 병열이 아니라 병렬이라고 읽습니다. 한편 列이 들어가는 한자어 중 특히 行列은 뜻에 따라 읽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수학에서 여러 숫자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것을 의미할 때에는 行列이라고 쓰고 행렬이라고 읽지만 친척들 사이의 대수 관계를 말할 때에는 行列이라고 쓰고 항렬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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