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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
들 입
동아시아 언어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뜻이 하나로 합쳐져서 새 단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나가다’와 ‘들어오다’를 합치면 ‘나들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나들목’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한자로도 날 출(出)과 들 입(入)을 합쳐서 出入(출입)이라는 단어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조어법이지만 서양 언어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는 출입구(出入口)라는 단어가 있지만 영어에는 입구(entrance)와 출구(exit)는 있어도 출입구라는 말은 없습니다.
들 입(入)은 구체적인 모양이 아닌 ‘들어가다’라는 개념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한 한자를 지사자(指事字)라고 합니다. 지사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일(一), 이(二), 삼(三), 사(四) 등의 숫자와 상(上), 중(中), 하(下) 등이 있습니다. 들 입(入)과 종종 짝이 되곤 하는 날 출(出) 역시 지사자입니다. 지사자와는 반대로 산(山), 화(火)와 같이 구체적인 모양을 본뜬 글자는 상형자(象形字)라고 합니다. 미술로 비유하자면 상형자는 구상화, 지사자는 추상화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들 입(入)이 들어간 사자성어 중에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둘 사이의 비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와 같이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경우를 묘사할 때에 자주 사용되는데, 사실 점입가경은 들어갈수록(入, 들 입) 점점(漸, 점점 점) 아름다운(佳, 아름다울 가) 지경(境, 지경 경)이 나온다는 좋은 뜻입니다. 원래는 좋은 뜻인데 비꼬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이게 된 것이지요. 긍정적인 원 의미를 살리면 “그 등산길은 점입가경이야”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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