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另
헤어질 령, 다를 령
한자 공부를 하다 보면 봐도 봐도 안 외워지는 한자가 나타나곤 합니다. 저에게는 另(헤어질 령)이 그런 한자였습니다. 전체 획수가 5획밖에 안 되고, 글자 깨뜨리기를 해 보면 口(입 구)와 力(힘 력)으로 깔끔하게 나뉘는 쉬운 한자인데도 도저히 외워지지가 않았습니다. 한국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한자라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해 볼 뿐입니다.
另에는 헤어진다는 뜻 외에 '다른, 딴' 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다를 령' 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쉽게 외우려면 別(다를 별)에서 왼쪽 부분만 떼어낸 글자가 另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온 김에 別(다를 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別을 쪼개면 另과 刂가 됩니다. 오른쪽에 있는 刂는 '선칼도방' 이라고도 불리는, 칼 도(刀)가 변형된 모습입니다. 일본어에서 사용하는 가타카나의 リ(리)와 모양이 비슷한데, 이것은 가타카나의 リ가 利(이로울 리)에서 유래한 글자이기 때문으로 우연이 아닙니다. 가타카나의 모든 글자는 이처럼 한자의 일부분을 따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한국에서는 另을 볼 일이 거의 없지만 홍콩에서는 지하철을 탄다면 매일같이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 문 위 노선도에 쓰여 있는 請往另一邊落車(청왕령일변락차)라는 문구에 另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另을 ‘다른, 딴’ 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글자를 순서대로 하나하나 풀어 보면 “부탁합니다(請, 청할 청). 가 주세요(往, 갈 왕). 다른 한 쪽으로(另一邊, 다를 령, 한 일, 가장자리 변). 차에서 내리세요(落車, 떨어질 락, 수레 차).” 가 됩니다. 다듬으면 “반대편에서 내려 주세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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