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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中.日) 러브 스토리
나고야 작은 공이 지구만 움직인 것이 아니고, 중국과 일본 두남녀의 마음도 움직였다. 최근 일본의 한 TV방송국에서 중일수교 30주년 특집으로 “핑퐁외교와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소개하였다. 주인공은 다름이 아니고 장저뚱(莊則棟) 자신이었다. 그의 기구한 운명과 한 일본 女性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해피앤딩은 나고야의 탁구공과 얽힌 中.日간의 국경을 초월한 러브스토리였다.
1971년 봄, 나고야에서 장저뚱 이 화려한 탁구무대에서 주최국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선수들과 교환(交歡)을 할 즈음, 관객석에서 중국팀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한 일본 여성이 있었다.
그는 나고야에서 멀리 떨어진 시마네(島根)지방에서 중국팀의 경기를 응원하러 일부러 찾아 온 사사키 아츠코(佐ケ木敦子)라는 당시 26세의 처녀였다. 중국팀이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츠코가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나고야까지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녀 자신이 중국 심양에서 태어나서 당시 4년전까지 가족과 함께 그곳에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6남매의 차녀였지만, 아버지가 가축전염병 전문 과학자였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외국인 과학자 우대정책을 실시한 중국정부의 요청으로 그녀의 가족도 계속 체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62년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게 되고 남은 가족이 근근히 생활해 오던 중, 1966년부터의 문화대혁명으로 외국인에 대한 핍박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1967년 전가족과 함께 정든 땅 심양을 등지고 귀국하고 만다. 아츠코는 조국에서도 이방인이었다.
그녀의 외로움으로 나고야에서 중국팀의 참가는 모처럼 헤어진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경기장에서 장저뚱 일행을 응원하고 귀향중 우연히 신간센에서 장저뚱 일행을 다시 만나게 된다. 장저뚱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장저뚱도 아츠코의 과거를 알고 중일관계의 가교역할을 당부하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로서 영원히 끝난 것으로 보였다.
그 후, 미국탁구팀의 중국방문과 1년후 닉슨의 방중까지 연결되는 장저뚱의 스포츠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한 모택동은 그를 중용하였다. 그의 인생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닉슨대통령의 방중 2개월후 1972년 4월 그는 중국의 공식 방미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 백악관에서 닉슨대통령도 만나고 핑퐁외교의 시발이 된 그렌 코완양과도 재회하게 된다.
장저뚱의 시련과 사랑
당시는 모택동의 부인이었던 강청(江靑)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 바, 4인방 집권시대였다. 그는 모택동과 강청의 인정을 받아 35세의 젊은 나이에 당 중앙위원이 되고 운동체육부주임(스포츠장관)까지 급상승하였다. 나고야의 작은 탁구공이 장저뚱의 인생을 불과 5년만에 최정상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나 그의 인생의 굴곡은 그때부터였다. 1976년 9월 모택동이 오랜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등소평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파가 득세하게 되자, 강청 등 4인방은 체포된다. 강청 정권아래 각료를 지낸 장저뚱도 안전할 수 없었다. 그도 체포되어 4년간 감옥살이를 한다. 그리고 섬서성 벽지에 5년간 추방되어 있다가 북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사이 부인은 애들 데리고 떠나버린 후였다. 탁구볼 하나로 장관까지 승진하였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셈이다.
북경에서 혈혈단신이 된 장저뚱은 북경의 어린이 탁구의 코치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날 그의 앞에 나타난 일본여성은 14년전 나고야에서 만난 아츠코였다. 아츠코는 장저뚱의 그러한 기구한 운명을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오빠가 경영하는 무역회사에 취직하고 있었다. 일본은 1972년 중국과 수교한 후, 중국과의 무역이 늘어가고 있었다. 아츠코의 오빠의 대중국 무역회사가 날로 번창하여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도 주재시켰다. 아츠코는 오빠회사의 북경 주재원이 되어있었다.
중국은 그녀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북경생활을 하면서 趙라는 한 중국여성과 친하게 지냈다. 趙는 한때 탁구선수 생활을 하여 장저뚱을 잘 알고 있었다. 장저뚱이 4인방과 함께 권좌에서 추방되었다가 복권되어 북경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 것을 안 趙가 독신으로 지내는 아츠코를 소개해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저뚱을 만난 아츠코는 몰라보게 달라진 그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도와 당당했던 옛날의 그를 다시 만들고 싶었다. 장저뚱은 처음에는 외국인 아츠코를 마음에 두지 않았으나, 만날수록 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만나는 회수가 늘어나고 만나는 시간의 간격이 빨라짐을 느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깊이 사랑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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