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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태(金文泰) 트레일 (1)

기사입력 2011.08.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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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서 주말에 뭘 하고 지내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가에 대한 물음이다. 골프가 일반화 된 해외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은 여가에 골프를 많이 한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골프하기가 쉽지 않다.

    홍콩의 골프장은 멤버(회원제) 위주로 운영된다. 회원이 아니면 골프장 접근이 어렵다. 비회원은 홍콩의 골프장에서 게스트로 초청을 받는다.

    사이콩(西貢)에 퍼블릭 코스가 하나 있긴 하지만 부킹이 간단치 않다. 골프하기 좋은 계절인 춘추 동절기에는 몇 시간 전화기와 씨름해도 부킹을 못하기 일쑤다.

    부킹전용 특수 전화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누구는 인근 중국 심천 골프장을 열심히 찾아가기도 한다.

    그것도 쉽지 않다. 무거운 골프백을 메고 하루에 긴 줄을 4번 서야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행 전용버스를 타더라도 4번 내리고 4번 타야한다.

    홍콩을 떠나 중국에 입국할 때 그리고 골프를 끝낸 후 중국을 出境할 때와 홍콩으로 入境할 때이다.

    매번 출입국 비자를 꼬박꼬박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하루 4번의 출입국 스탬프를 여권의 여지저기에 찍어대면 새로 만든 여권도 몇 번 안 가서 비자난이 꽉 차고 말아 여권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

    물론 그린 피(Green Fee)도 적은 부담은 아니다. 부임차 홍콩 도착 후 골프에 대한 이런 저런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나면 불확실하고 어렵사리 골프 하는 것보다 확실하고 용이한 등산을 선택하게 된다.

    하루종일 고층건물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어디선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주간 시계 태엽처럼 감겨있는 것을 주말 하루는 완전히 풀어버리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홍콩에는 주로 일터가 고층건물 속에 있는 관계로 자연에서 발생되는 마이너스 이온에 접할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사람 사이 또는 자동차와 건물 속에서 발생하는 플라스 이온에 과다 노출되어 있어 몸의 이온 바란스가 깨어져 있다고 한다.

    과도한 플러스 이온은 사람을 나른하게 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잃게 하여 몸의 조직이 쉽게 노화되고 따라서 몸 기능이 쇠약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 속으로 돌아가 마이너스 이온을 흡수 중화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잠시나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등산은 골프처럼 사전 부킹이 필요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가 있다.

    무거운 골프백도 필요 없다. 미네랄 워터 한 병과 등산화 한 켤레만 있으면 일단 해결된다.

    그리고 홍콩섬 및 新界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등산(trail) 지도 한 장 지참하면 더욱 좋다.



    내가 홍콩에 와서 제일 먼저 만난 트레일이 金文泰 트레일이다.

    처음에는 한자 이름만 보고 깜짝 놀랐다. 金文泰라면 틀림없이 金氏성이고 金씨라면 우리나라 朴氏처럼 고유의 姓이다.

    金文泰라는 한국인이 만들어 둔 트레일이라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金文泰는 1925년부터 5년간 홍콩 총독을 역임한 Sir Cecil Clementi총독의 홍콩식 한자발음이었다.

    홍콩지도에도 金文泰 트레일을 金督馳馬徑 및 金夫人 馳馬徑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는 영국 명문가 후예답게 말타기를 좋아하여 부인과 함께 홍콩섬 北角(North Point)의 半山(middle level)에서 웡나이충 갭을 지나 애버딘까지 홍콩섬 東西대각선 S 字형으로 가로질러 승마하기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1970년대 홍콩 총독으로 걸출한 Murray Maclehose 총독도 야외 활동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홍콩에서 가장 긴 trail인 맥러호스 트레일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홍콩섬에 트레일이 만들어진 것은 주민들이 섬에 갇혀 부족되기 쉬운 야외운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보다 군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유사시에 군대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Clementi 총독이 한가롭게 부인과 함께 승마만 한 것이 아니고 당시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홍콩의 공장지대라고 불리우던 North Point와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섬의 남서쪽 스탠리와 애버딘을 육로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찾았는지 모른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북각에서 코즈웨이 → 완차이→ 센트럴→ 사이잉푼 → 폭푸람을 거쳐 애번딘 및 스탠리로 갈 수 있었겠지만 그 도로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막힌다든지 바다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가 생겼을 때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북각의 조선소며 설탕공장 등 산업시설이 위기에 놓여있을 때 스탠리 등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를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가 그들에게는 중요했을 것이다.
     
    지금도 미들 캡에서 웡나이충 갭을 이어주는 홍콩섬의 척추에 해당되는 Black Link는 문자 그대로 Black 총독이 군사목적으로 닦은 연결로(Link)서 자동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상당히 넓다.

    지금은 헬리콥터 같은 수송수단이 있으므로 트레일로 군대를 이동을 한다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것 같다.

    글 유주열 (수요저널 고문, 전 나고야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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