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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京菜(북경요리)의 또 하나 雙璧은 베이징 카오야이다. \"북경식 우리구이\"가 맞는 번역 같다. 영어로는 pecking duck 즉 \"북경오리\"라고 하므로 오리자체가 마치 북경에서만 자라는 특수 오리라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베이징 카오야는 요리방법도 북경식으로 특출하지만 그 재료인 오리도 북경식으로 특별히 키우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페킹 덕\"을 요리하기 위하여 반드시 북경에서 오리를 가지고 올 필요는 없다.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내가 연수생으로 뉴욕에서 공부할 때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뉴욕의 맨하탄 섬의 북쪽에 있었고 유명한 \"차이나 타운\"은 맨하탄 섬의 남쪽에 있었다. 학교 앞에는 月宮(Moon Palace)라는 중국 음식점이 있었지만, 주로 교수들이나 돈 많은 대학원생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우리는 급우들과 전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 음식을 풍성하게 그리고 값싸게 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페킹 덕을 주문하여 먹으면 여러 사람이 큰 부담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때 우리가 pecking duck! pecking duck!하고 주문하면 누군가가 \"뉴욕에 와서 pecking duck을 찾느냐\" 하면서 뉴욕의 duck은 모두 Long Island 産으로 정확히 말하면 롱 아일랜드 duck이므로 \"Long Island duck!\"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북경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북경에는 본래 오리가 없었다고 한다. 오리는 따뜻한 남방지방에 흔히 볼 수 있는 가금류라는 것이다. 일년 내내 강이든 호수든 얼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 오리다. 왜냐하면 오리의 먹이는 물장구 등 물에 사는 벌레이므로 강이 얼면 먹이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경은 겨울이면 모든 것이 꽁꽁 얼어 붙어버린다. 오리의 먹이도 얼어죽는다. 그러하니 오리가 살 수 있는 생활여건이 안 된다.
오리가 북경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6세기경 남북운하가 개통되고 그 운하를 통해 남쪽의 物産이 북쪽으로 운반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당시 절강성 항주에서 북경까지 남북을 연결하는 운하에 배가 연락두절로 다녔다고 하는데 南船北馬라는 말이 있듯이 남쪽의 교통수단인 배가 운하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뱃사람들은 오리를 배 안에서 키우면서 糧食처럼 잡아먹고 며칠이고 북쪽으로 올라온다. 그들이 남쪽에서 가지고 온 오리 중 일부가 차츰 북경근처에 살게 된다. 처음에는 북경의 추운 겨울을 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을 나는 놈이 차츰 생기게 되고 점차 환경 적응 오리들이 북경의 교외에 흔히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경사람들이 오리고기를 먹은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그 중에서 \"베이징 카오야\"식으로 먹은 것은 100년 조금 더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북경 사람들의 인기를 끌어내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중국요리의 대표로 되어 있는 pecking roast duck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추엔취떠(全聚德)와 카오야
북경에 pecking roast duck의 本家로 前門 거리의 全聚德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淸末(1866년)에 문을 열었으므로 그 때부터 이 곳에서 지금의 베이징 카오야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正說이다.
북경에서 알려진 이야기로는 이 식당 문을 연 사람은 본래 德聚全이라는 구멍가게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먹는 오리요리에 대해 기발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오리를 통째로 구워서 껍질과 함께 먹고 그때까지 버리거나 동물사료로 쓴 오리의 내장도 요리로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게 상호를 뒤집어서 全聚德이라고 이름을 짓고 새로운 방식의 오리요리를 개발한 것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추엔취떠에서는 오리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먹도록 한다. 현지에서는 \"이야 또우쳐\"(一鴨多吃)라고 한다. 우선 면도날 같은 칼로 껍질을 잘라서 먹는다. 그리고 살코기와 탕을 먹는다. 그리고 오리의 발가락, 내장 등 먹지 않는 것이 없다. 이 오리는 그냥 오리가 아니다. 운동을 시키지 않고 꼼짝 못하게 가두어 놓고 살이 찌도록 만드는 특수 양식 오리다. 세계 동물애호가들이 pecking duck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리를 키우는 방식이 잔인하다는 것이다. 추엔취떠에서는 자유롭게 다니는 오리를 꼼짝 못하게 잡아놓고 입 안으로 먹이를 집어넣는다. 오리가 먹고 싶어하든 말든 상관 않는다. 목을 눌러 입을 \"아\"벌리게 해 놓고 영양가를 계산하여 특수하게 만들어 둔 사료 덩어리를 입안에 쏙 넣어 준다. 이러한 오리를 티엔야(塡鴨)라고 부른다. 그 모습이 요즈음 이해보다 암기식 또는 주입식 공부를 하여 대학시험을 치루는 학생들과 비슷하다고 하여 중국에는 이러한 학생들을 \"티엔야\"라고 비꼬아 부른다. 그렇게 해서 살이 통통하게 찐 놈을 굽는 것이다.
그 굽는 방법도 특이하다. 오리 여러 마리를 거꾸로 매달 수 있는 아궁이를 만들어 놓고 목질이 아주 단단한 나무로 불을 집힌다. 이 나무는 추운 겨울을 나는 북경근처에만 있는 것으로 화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오리는 그 열로 껍질 속의 기름이 녹아 아래로 흐른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오리의 몸통에 카라멜을 바른다. 다크 브라운의 오리가 알맞게 구워져 나온다. 오리의 껍질 아래 지방은 이미 녹아내린 후이다. 그것을 조리대에 실어 밀고 나와 손님 앞에서 예리한 칼로 껍질을 잘라 준다. 밀전병에 구운 오리 껍질 조각과 춘장에 찍은 양파, 오이를 넣고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고기와 탕은 이 맛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장이며 오리 발가락 등은 따로 요리되어 나온다. 이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부 고급 호텔의 식당에서는 껍질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손님이 찾지 않으면 내놓지 않는다. pecking duck 요리라기 보다 pecking duck skin 요리이다.
북경을 방문한 외국의 유명인사는 모두 이 全聚德에서 이 맛을 보고 갔다. 껍질이 바삭거리고 고기는 부드러우며 늘상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는 베이징 카오야의 맛(皮脆肉嫩常吃不膩)을 보고 갔다. 키신저도 닉슨도 레이건도 클린턴도 먹고 갔다. 그들은 이 바삭바삭한 껍질이(crispy skin)이 양파(spring onion)와 오이와 함께 씹히면서 밀가루 떡(pan cake)과 춘장(sweetish soya bean pasta)이 함께 어울리면서 나오는 독특한 맛을 모두 잊지 못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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