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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롱차와 자스민차 그리고 아이스 티
녹차는 발효가 안된 것이고 홍차는 발효를 끝낸 것이라면 발효가 되다가 중단된(반발효) 차가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우연히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녹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잎을 따자마자 加熱하여 산화효소를 죽여 발효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어쩌다가 때를 놓쳐 발효가 일정기간 진행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에서 녹차만 마시는 절강성과 대조적으로 복건성에는 반발효차가 유명하다. 반발효차를 시중에는 우롱차(烏龍茶)라고 부르는데 \"우롱\"이라는 말의 근거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반발효차를 발견(?)한 사람이 얼굴이 검어 \"우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하면서 우롱이 만든 차라는 뜻으로 우롱차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선뜻 믿기는 어렵다.
지금은 우롱차 하면 대만이 특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1949년 중국대륙의 공산화이후 많은 복건성 사람이 대만으로 옮겨가 대만에 차밭을 가꾸고 우롱차를 만들어 더욱 발전시켰지만 본래 우롱차는 복건성 특산이다. 특히 복건성의 武夷山에서 나오는 우롱茶를 岩茶라고 한다. 복건성 남부의 유명한 안시(安溪)의 우롱차는 南岩茶라고도 하고 觀音은 이 지방 우롱차의 일종이다. 중국식당에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자스민(茉莉花)차는 花茶라고 부른다. 이것은 녹차에다 자스민 꽃을 넣어서 섞은 것이다. 차잎 자체가 고급이 아니고 향도 별로 없는 경우에는 차잎 속에 말린 자스민 꽃을 넣어서 꽃의 향을 빌려 만든 차다. 그래서 香을 강조하다보니 香片이라고도 부른다. 차 속에 자스민의 꽃향기가 배어있다. 뽀우레이가 기름기가 많은 홍콩음식에 잘 맞는다면 자스민차는 사천요리, 북경요리 등 매운 맛이 있는 요리에 잘 맞는다고 한다. 일본사람이 즐겨 마시는 녹차는 생선비린내를 없애주므로 일본 사시미나 초밥을 먹을 때는 녹차를 반드시 마셔야 입안이 개운하다.
홍콩에서는 얌차(飮茶), 북경에서 는 융차(用茶), 일본에서는 킷샤(喫茶)라고 부르는 등 나라마다 지방마다 서로 다른 차 마시는 문제도 간단치 않은 것 같다.(우리 전통차인 인삼차, 유자차, 생강차 등은 사실 차가 아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인삼탕, 유자탕, 생강탕이라고 불려야 한다.)그리고 차의 종류도 복잡하고 차용구라든지 차를 서비스하는 방식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홍콩정부는 茶의 고향답게 옛날 해군 사령관 공관에 차 용구 전문박물관을 만들어두어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요즘 차 마시는 것 보다 커피 마시는 사림이 많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전 만해도 동서양의 공통 음료로 차가 풍미하였다고 한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위세로 커피보다 차가 단연 우세하였다. 양고기와 잘 맞는 커피는 과거 오스만 터기 지역에서만 주로 마셨다고 한다. 요즈음 식후에 커피 마시듯 하루 일과에 차 마시는 일이 중요하였다. 전쟁터의 군인에게 지급하는 개인보급품에도 차가 반드시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오랜 전통으로 유럽의 나폴레옹 전쟁시에도 장교들은 모두 차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나폴레옹 황제의 차 당번병이 당시 권력의 실세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랬던 것이 세계 2차 대전 중에 차의 공급이 끊겼다. 차 산지가 전쟁의 와중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급이 안 되는 차대신 인근 중남미에서도 생산되는 커피로 대체하였다. 커피가 우리 식생활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차에 대한 대용품으로 시작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군인들에게도 차대신 coffee가 대체되었다. 서양에 차를 보급시킨 나라가 과거 영국이라면 지금의 미국은 차의 대체품으로 커피를 보급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차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차 문화에 기여한 것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미국에서 아이스 티가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차는 항상 뜨거운 물로 마시는 것인데 20세기초 미국의 센트루이스에서 차 박람회가 있었다. 차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센트루이스는 때마침 여름이라 뜨거운 물로 티를 팔 수 없었다. 그래서 마실 차를 먼저 만들어 그것을 식혀서 얼음을 타서 마시게 하는 아이스 티를 고안한 것이다. 또 하나는 차 마실 때 차잎을 걸러주는 그물(드레이너) 등이 필요한 leaf tea(葉茶)의 불편함을 미국식으로 정리한 tea bag를 고안했다. 2차대전 후 미국에서 종이나 천으로 된 tea bag이 고안됨에 따라 tea는 1회용 종이컵에라도 마실 수 있는 인스탄트 음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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