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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2-3년 살아 온 사람들은 홍콩섬, 九龍, 新界 등은 어느 정도 들어와서 알 듯도 한데 \"이도(離島)\" 라는 새로운 이름에는 어리둥절할 것이다.
글자 풀이를 하면 섬을 떠난다고 할 수도 있고 섬에서 벗어난다는(off island) 의미도 있겠다. 그러나 이 말은 홍콩에 자리잡은 영국 사람들이 홍콩섬 외에 적은 외딴 섬들을 말 그대로 outlying islands 라고 부르면서 그것을 현지말로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 살기 시작하면 離島 몇 개는 가 보아야 오다가다 홍콩 섬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고 離島에 아직도 남아있는 옛날 원주민들의 생활도 엿볼 수 있다. 離島중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포 토이 섬\" 이다. 어느 방송국 퀴즈 프로그램에도 출제되었다고 하는 홍콩의 최남단의 섬이다. 북위 22.94도라고 기록되어 있다.
포 토이 섬(浦台島)은 크지 않은 바위섬이다. 자세히 보면 몇 개의 섬이 무리 지어 있어 포 토이 군도라고도 한다. 홍콩섬과 마찬가지로 바다 속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섬이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 덩어리가 섬을 이루고 있지만 오랜 풍우에 바위 덩어리가 갈라지고 깨어져 산 위에 듬성듬성 놓여 있어 그 모양이 각양이다. 이섬에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런 바위에 이름과 전설이 붙어있지 않는다고 하지만 멀리서 보면 개가 앉아 있는 모양, 큰 주먹이 불끈 솟아있는 모양, 바다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 모양, 나지막한 섬 전체가 거대한 자연의 석조 조각공원같은 기분이 든다.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자연의 예술품을 한껏 즐길 수 있다.
그 자연의 예술품 중에 뛰어난 것이 佛手崖다. 거대한 절벽 자체가 5개 손가락을 펴고 있는 모양이다. 佛徒들이 부처님의 손 같다고 해서 佛手 라고 부쳤겠지만 거대한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다섯 개 손가락은 오랜 세월로 바위가 수직으로 갈라져 손을 폈을 때 볼 수 있는 5개의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곳에는 고대 석각이 잘 보존되어 있다. 수만 년 전 이 근처에 살던 원시인이 고기잡이 나왔다가 바다 속의 괴물을 본 흥분을 잊지 않기 위해 바위에 새겨 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홍콩 정부가 유리로 잘 보존해 놓고 자세히 가서 볼 수 있도록 바닷가 절벽까지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가 볼곳이 못된다. 너무 오래되어서 인지 석각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포 토이섬을 갈려면 애버딘 선착장까지 나가야 한다. 애버딘 해안도로로 나가면 점보 선상 레스토랑까지 안내해 주는 배(셔틀船)가 닿는 곳 바로 옆에 \"喜記街渡\"라는 배회사(2554-4059) 이름이 보인다. 포 토이 섬까지 왕복하는 가이도(街渡)를 운영하는 회사다. 가이도라는 통통배는 1960년대의 배 그대로 나무 벤치가 놓여있는 썰렁한 배다. 발동선 기름도 좋지 않은지 소리도 요란하고 냄새도 지독하다. 대개 아래 위층으로 되어 있지만 아래층에는 참기 어려운 특이한 냄새 때문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모두 이층으로 올라가 그래도 바닷바람을 쐬는 것이 낫다. 배를 운행하는 사람도 대개 선원 겸 선장 한사람이다. 돈도 받고 배도 운전하는데 항상 다니는 뱃길이라 그런지 전혀 긴장되지 않고 복장도 완전 자유복이다. 아주 편한 모습이다. 애버딘에서의 가이도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화.목.토 밖에 없다. 오전 한차례 아침 9시이다. 오후는 4시정도 되어야 돌아오는 배가 있는데 미리 확인 해 둘 필요가 있다. 일요일 또는 법정 공휴일은 배편이 좀더 많다고 한다. 우리가 탄 가이도는 출발시간이 되자 엔진을 힘차게 몇 번 폭팔 시키면서 후진하여 서서히 마토(pier)를 벗어난다. 애버딘의 아파트군이 서서히 물러난다. 옛날 조그마한 어촌으로 선상족(탄카)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홍콩이라는 이름의 발상지이기도 한 애버딘은 1840년대 초 당시 영국의 외무장관 애버딘 경의 이름으로 불리워 지면서 옛날의 잔영도 점차 없어졌다. (지금도 현지인은 香港仔라고 부른다. 진짜 홍콩은 섬 북쪽에 넘겨주고 \"새끼 홍콩\"으로 물러앉은 기분이 든다)
애버딘은 앞쪽의 압레이차우의 섬이 훌륭한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애버딘 앞바다는 거대한 避風塘을 이루고 있다. 태풍의 계절에는 고기잡이 나간 배가 모두 들어와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바람에 배가 잔뜩 차서 바다 물 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누군가가 허풍도 떤다. 가이도는 어느새 홍콩의 명물, 화려한 점보 선상 레스토랑을 지난다. 5층의 선상 레스토랑에는 엘리베이터 까지 갖추어져 있다. 이윽고 홍콩 마리나 클럽의 크고 작은 레저 보트를 사열하면서 방파제를 서서히 벗어난다. 곧 왼편으로는 오션파크가 나온다. 중국 각지의 유적을 모형으로 지어 놓은 集古村의 포타라 宮이 보이는가 하더니 곧 산 중턱에는 페리스 힐. 롤코스트 등 각종 놀이시설이 불안하게 올려져 있는 오션파크가 전면을 드러낸다.
포 토이섬이 인근의 소라섬(螺島)과 함께 아스라히 무리 지어 바라보이지만 가이도 뱃길로는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늘 바다를 보고 살지만 평소 느끼지 못하는 특이한 바다 내음과 오존 덩어리처럼 보이는 바다 바람을 몸 전체로 맞으면서 눈앞의 전경을 아이맥스로 놓치지 않는다. 오른편은 라마섬의 웅장한 모습이 지도에서 보는 분위기와 틀리다. 적은 섬으로만 생각했는데 배를 타고 나와 보니까 거대한 육지의 반도같은 기분이 든다.
다시 왼편으로는 深水灣(딥 워터 베이)이 보이는가 싶더니 곧 淺水灣 (리펄스 베이)으로 이어진다. 구멍 뚫린 리펄스 베이 아파트가 외눈 알의 거인처럼 버티고 있다. 곧 배는 스탠리 반도를 쭉 따라 내려간다. 150년 전 홍콩 식민지 관리들은 애버딘 경 이름만 따기가 미안했는지 당시 식민지 장관 스탠리 경의 이름도 가져다 부쳤다고 한다.(훌륭한 인물이 태어났다는 뜻의 赤柱라는 좋은 이름을 현지인은 그대로 쓰고 있다.) 반도 남단에는 주권반환으로 영국군으로부터 넘겨받은 인민해방군(PLA)의 막사가 있고 바닷가 바로 닿는 바위 절벽에는 각종 접시가 어지럽게 늘려 있다. 홍콩의 각 방송국, 전화국 위성 안테나가 총집결 된 것처럼 보인다.
배가 출발한지 한 시간이 좀 지나자 가이도는 V자 형의 어촌으로 들어간다. 조그마한 비치가 아담하게 느껴지는 이곳이 포 토이라고 한다. 지금은 주민 17명만이 살고있는 적은 어촌이다. 그러나 주말이면 외롭지 않다고 한다. 각종 졍크며 레저 보트가 사람을 가득 싣고 와서 이곳에 닻을 내린다고 한다. 사람들은 홍콩의 최남단을 몸으로 느껴본다. 물론 다녀간 증명서를 따로이 발급해 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지만 그러나 하나뿐인 海鮮(시푸드)레스토랑은 넓게 자리잡아 큼직하여 50-60명은 동시에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그곳의 음식은 신선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산 오징어를 튀긴 요리는 가히 일품이었다.
섬의 최고봉은 東頭頂이라고 하여 해발 244m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외 섬에는 100-200m의 산봉우리가 몇 개 더 있고 트레일은 그 사이로 만들어져 있다. 섬에서 가장 남단을 南角咀 라고 하는데 홍콩의 가장 남쪽 끝인 셈이다. 포 토이 선착장에서 바다 옆을 끼고 40분은 걸어가야 한다. 지나가는 배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곳에는 중국의 杆群島가 바라보인다. 홍콩이 주권반환 전에는 스톤.카터 섬에서 나온 영국 해안 경비정이 자주 순시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간간이 지나가는 어선 외는 없는 것 같다. 南角咀에 가보면 하늘과 바닷가 한 선에서 연결된 듯 망망대해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바위를 때리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바다에는 풍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은 드세다. 南角咀에서 선착장으로 돌아오다 보면 거대한 바위 손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 자연의 신비라고 할까 五指가 분명히 갈라져 있고 손바닥과 함께 손목도 형성되어 있다. 영국 사람이 만든 표지판에는 그냥 掌岩(palm rock)라고 만 되어 있다. 손바닥 같이 생겼다 하지만 현지인은 부처님의 영험을 살려 바다 생활에 안전을 얻고자 부처님의 손(佛手)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섬이 적지만 트레일은 시멘트 포장과 철제 난간까지 만들어 잘 정비되어 있다. 연로하신 분도 남중국해의 바다 바람을 씌면서 여유있게 다니시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이다. 최고봉 東頭頂에 오르면 타이탐 灣을 사이에 두고 스탠리 반도와 다퀼라 반도와 함께 홍콩섬의 남쪽이 시야에 쑥 들어온다. 마치 天上에서 홍콩섬을 내려다 보는듯하다. 홍콩의 마천루 숲 속을 벗어나 문명의 때가 아직 묻지 않은 홍콩의 離島 중의 離島 포 토이 섬을 한번 찾아 볼만하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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