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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섬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파커 마운틴(532m)은 홍콩 섬에서 빅토리아 픽(554m) 다음가는 높은 산이다. 빅토리아 피크가 홍콩 섬의 서쪽에 우뚝 서서 西高山(494m)과 데이비스(Mt. Davis) (269m)를 한쪽에서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라면 파커산은 버틀러산(Mr. Butler) (436m)과 또한 한쪽에 포팅저(Mt. Pottinger) (312m)를 거느리면서 마치 섬 동쪽을 지키는 것 같은 형상이다. 홍콩의 대부분 높은 산봉우리가 TV 안테나 레이더 시설이 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커 마운틴도 두 개의 커다란 레이더 시설과 별도 철탑 안테나가 있어서 가까이는 갈 수 있지만 바로 정상 그 자리에는 설 수가 없다.
홍콩의 풍수 학자들은 파커 마운틴 정기가 보통 산봉우리와 다르다고 한다. 이는 빅토리아 피크가 이미 초기 영국의 식민지 경영자들이 살기 시작하여 산의 정기가 훼손된 데 비하여 파커 마운틴 자연 그대로 민가 하나 없는 순수한 산봉우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풍수 학자는 파커산의 文武의 정기가 모두 살아있어 큰 인물이 나올 풍수로 보고 있다.
파커산을 오르면 동쪽으로는 레이유문(鯉魚門)과 청꽌오(將軍澳) 그리고 클리어 워터 배이와 동룡도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빅토리아 피크와 연결하는 높고 낮은 홍콩섬의 연봉을 모두 볼 수 있다.
홍콩섬의 북각쪽에 사는 사람들은 파커산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분들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바베큐 꺼리를 잔뜩 들고 산에 오른다. 어떤 분은 파커산을 홍콩에서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이라고 해서 일출봉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커산을 오르는 길은 太古城이 있는 Quarry Bay 방면 킹스로드(英皇道)에서 마운트 파커 로드를 따라 오를 수도 있고 북각의 브레머 힐 로드(Breamer Hill Road)를 통해 오를 수 있다. 나는 브레머 힐 로드(寶馬山道)를 따라 오르는 코스를 잡고 싶다. MTR을 타고 天后(Causeway Bay) 역에서 하차하여 지상으로 올라와 49번 미니 버스를 타면 天后앞을 지나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브레머 힐 로드로 접어든다. 버스가 \"빠마산 화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이르면 하차한다. \"빠마산 화윤\"과 \"초이사이우(寶西湖) 공원\" 사이의 길을 따라 왼편으로 꺾어 오르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등산로는 \"초이사이우 공원\"과 연결된 \"초이사이우 아파트\" 단지의 후문과 붙어 있다.
초이사우 아파트 군을 오른편에 끼고 오르는 산길은 잘 단장되어 있고 유달리 아열대 잡목이 울창하다. 계단으로 처리된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두 갈래 길로 나누어지는데 왼편의 길은 브레머 힐로 오를 수 있는 길이며, 또 하나는 金督馳馬徑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 길을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계단 길은 끝나고 소나무도 듬성듬성한 산허리의 넓어진 길이 나온다. 모래로 덮여진 길이라 좀 미끄러운 이 길은 우리나라 시골의 뒷산 같은 분위기를 준다. 소나무와 동백 설죽 등 아열대 잡목을 헤치고 가쁜 숨을 고르면서 길 따라 가다보면 갑자기 바다가 펼쳐지고 사이완호와 람틴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 건물이 들어오고 馬鞍山의 실루엣이 멀찌감치 보인다. 해발 200m라고 하지만 브레머 힐 정상까지는 다시 한 번 숨가쁜 계단 길을 올라야 된다. 브레머 힐은 홍콩 사람들이 뽀마산(寶馬山)으로 이름을 지은 것처럼 정상이 우뚝한 것이 아니라 말등(horse\'s back)처럼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브레머 힐에 오르면 카이탁 구 공항의 활주로가 거대한 항공 모함처럼 바다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장난감 비행기 한 대 없어 적막하게 보이지만 공항이 첵랍콕으로 옮겨가기 전에는 10분 마다 내리고 뜨는 비행기 모습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륙하는 항공기가 너무 크게 보여 등산객의 가슴이 뭉클 했다는 것이다. 이곳에 서면 남쪽으로는 버틀러와 파커 마운틴이 가로막고 있지만 북쪽으로 九龍의 八개 連峰(정확히 봉우리가 8개인지는 모르나 九龍이란 말이 홍콩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南宋의 마지막 황제와 八峰을 의미 한다고 한다.)이 이루어내는 대장관을 볼수 있다. 飛鵝山, 大老山, 獅子山 ... 등등
서쪽으로는 빅토리아 피크와 그 아래 센츄럴 오피스 타워가 하버와 함께 한 장의 그림엽서 모습을 하고 있다.
홍콩섬은 화산이 폭팔 하면서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섬 한 덩어리에도 산봉우리가 많다. 산봉우리의 이름에 는 영국해군(Royal Navy) 제독의 이름이 유달리 많이 붙어있다. Mt. Cameron, Mt. Gough, Mt. Parker 등이 그렇다. 브레머 힐의 경우에도 1841년 초 홍콩을 제일 먼저 접수 할 당시의 해군 함대 사령관 G. Bremer 제독의 이름을 따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1840 아편전쟁을 발발시킨 영국의 통상관 C. Elliot와 당시 함대 사령관 G. Bremer 제독은 런던의 훈령도 없이 홍콩섬을 할양 받는 조건으로 청 정부와 휴전 교섭을 해 버린다. 전쟁에 대한 보상에 불만을 가진 런던의 파머스톤 수상은 Elliot를 소환 하고 Bremer 제독을 교체시킨다. 파커 마운틴 길은 150년 전 홍콩의 운명을 결정한 두 명의 영국 해군제독을 기억케 하는 길이기도 하다.
브레머 힐에서 다시 Quarry Bay의 촘촘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서 조킹 코스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마운트 파커 로드의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다시 30분 정도 오르면 타이탐 갭 (고개)이 나온다. 타이탐 고개는 파카 마운틴 버틀러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이 곳에서는 홍콩섬의 남쪽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발아래 높고 낮은 타이탐 호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멀찌감치 지중해 연안식의 빌라가 질서 정연하게 나열된 모습은 홍콩이라고는 볼수 없는 한가로운 어느 서양의 휴양지를 느끼게 한다. 아스팔트길은 파커산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다. 땀을 훔치고 마운트 파커 로드를 끝까지 오른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조용하면서도 유칼맆스가 길을 에워싸서 운치가 있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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