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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처럼 홍콩에 2-3년 근무(주재)하다가 돌아가는 뜨내기들이 홍콩에 대해 그리고 홍콩의 자연이 좋으니 자주 등산도 하자고 하면 오래 사시는 동포들에게 공자 앞에 문자쓰기 식의 쑥스러운 생각부터 든다. 그러나 동포들의 격의 없는 나무람을 기다리면서 감히 이 글을 쓴다.
한 때 홍콩 근무는 \"3년 징역에 3천만원 벌금\" 이라는 말도 있었다. 오래 전에 유행했던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이 회자된 이유를 알아보면 일리가 있다.
홍콩섬에 아파트를 얻어 살면서 집과 사무실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주말이 되어도 어디 마땅히 갈 곳도 없다. 또한 홍콩은 쇼핑과 관광의 중심지로서 서울에서 손님은 계속 밀려오고 생활비는 비싼데 씀씀이는 많고 그래서 빚도 상당히 진다는 얘기이다.
나 자신도 이곳에서 2년 정도 살아보니까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가는 옛날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져서 홍콩물가 높은 것이 신문마다 보도되고 물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홍콩에 아시아지역본부를 갖고 있다는 다국적 기업 중 일부는 지역 본부를 홍콩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얘기도 있다. 물가가 비싼거야 홍콩정제가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갈곳이 없다\"는 것은 홍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한다.
홍콩은 40%이상이 야외공원(country park)이다. 홍콩섬 신계 등 주요 야외 공원에는 트레일(등산코스)이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든 운동화만 신으면 다니기 좋도록 되어 있다.
누군가가 홍콩은 산을 끼고 있는 세계적 미항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등 미항이 많지만 산이 있는 미항은 홍콩 외에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 밖에 없다고 한다. 시드니도 미항이지만 산을 만날려면 80km를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서울은 도심과 주위에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지없이 좋지만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홍콩은 산과 아름다운 남중국해 그리고 가슴을 선뜩하게 하는 파란하늘(지금은 많이 오염되었지만), 그 속에 수십 층짜리 고층건물이 밀집한 도심지(메트로폴리스)가 있다. 따라서 산, 메트로, 바다, 하늘의 영문 첫자를 따서 흔히 홍콩을 2M 2S의 도시라고 한다.
주말에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파트와 사무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홍콩의 자연을 찾아서 나서보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끼리 끼리 트레일을 밟아보자.
요즈음 홍콩의 대기오염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여 우리 체내에 알게 모르게 중금속 공기가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오염된 체내를 씻어주는 것은 땀을 빼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땀목욕이 필요하다. 헬스클럽, 컨트리클럽(골프)도 좋다. 그러나 돈이 전혀 들지않고 멥버쉽이 필요 없는 지루하지 않은 \"트레일 클럽\"을 권하고 싶다. 또한 탁 트인 산에 오르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그 사이로 레고 장난감처럼 홍콩의 건물군을 바라보면 한 주일 고층 건물 속에서 업무에 시달리며 자신도 모르게 받아온 스트레스를 한껏 풀 수 있다.
야외로 나가면 홍콩의 자연 지리 그리고 역사가 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기 전의 홍콩의 옛 얼굴이 그 곳에 있다. 홍콩을 공간 뿐만아니라 시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2년 가까이 홍콩에 살면서 밟은 트레일을 중심으로 개인의 경험과 트레일에 관련된 얘기, 함께 걸었던 사람들의 얘기 등을 모아서 소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서울에서 손님이 온다고 하면 운동화도 지참토록 하여 시간 나는 대로 꼭 트레일 한 두 군데 소개를 하자. 정말 좋아할 것이다. 홍콩의 새로운 얼굴을 보고 지금까지의 홍콩의 고정관념을 깨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홍콩은 아열대 기후로 기상변화가 심하다. 폭우가 내리기도 하고 안개에 싸이기도 한다. 아름다운 트레일은 바다 절벽길 등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실족의 위험이 있으며, 폭우로 불어난 냇가를 잘못 건너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도, 나침반 등을 갖고 다니고 휴대폰도 필수품중의 하나이다. 또한 최소 2-3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너무 큰 걱정을 하지 말고 좋은 등산신발을 한 켤레 준비하고 미네랄 워터를 손에 쥐고 집을 나서보자.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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