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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진수를 보여주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정상인 '섹오피크'에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 봅니다.
'스으윽...!!!'
그런 후, 정상까지 줄곧 손에 쥐고 있었던 스틱을 내려 놓고,
배낭도 내려놓고, 사진촬영도 잠시 스톱 한 채...생각에 잠겨 봅니다.
정상에서 내려온다는 것~!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딘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정점에 있다가 내려 오는 것은 대개의 경우,
'반갑지 않은 일, 혹은 피하고 싶은 일'로 받아 들여집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느꼈던 쾌감이 크면 클수록,
'내려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과 상실감은 '그에 비례해서' 커집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 와야 합니다.
그것이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그렇게 영구적으로 유지 될 수 없는 정상에서의 시간이라면,
누구나 내려올 때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고,
또한 '내려오는 폼'도 '위'에 있을 때 보다는 더욱 멋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빛나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덕목입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 홍콩
'산'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산 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내려가는 모습'이 정상에서보다 더욱 '폼'나야 합니다.
단, 그 밑바탕에는 '위'에 있었다는 뿌듯함과 하산에의 아쉬움보다는 잘 배우고 간다는 '겸손함'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내가 감히 정상에 있어 보았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그런 종류의 '겸손함' 말입니다.
그것이 정상을 밟고 서서 잠시나마 넓게 펼쳐진 대자연을 소유해 봤던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세상을 '발 밑에' 둬 봤던 사람이 품어야 할 마음 씀씀이 입니다.
어쨌든......
이제는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섹오피크에서 내려가야 합니다.
눈 앞에는 아직 '하산 길' 같지 않은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능선' 이 줄줄이 이어져 있지만 말입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홍콩
멀리까지 구불구불 연결 된 드래곤스 백 트레일은 마치 산맥을 휘돌아 나가는 '강'의 모습 같습니다.
또는 드래곤스 백(용의 척추)의 사이사이를 촘촘히 연결하며 지나가는 혈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그 모습이 어느쪽에 더 가까운 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는 저 길을 따라 '하산'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만이 '실질적으로' 관계가 있을뿐......
'영차~!!!'
힘차게 기합을 넣은 후,
다시 배낭을 매고, 장갑을 끼고, 카메라를 어깨에 걸친 후,
물 한모금 마시고 양손에 스틱을 잡아 봅니다.
'하산 준비 완료~!!!'
드래곤스 백 트레일에서 본 섹오마을 전경, 섹오,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일에서 본 섹오마을, 섹오,홍콩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가장 꼭대기'에 대한 기대감과 거기에서 비롯된 '참을 수 없는'호기심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정상에 빨리 도달해 보고자 발걸음과 시선을 '위로 위로'만 향하게 됩니다.
즉, 주위의 풍경을 한가하게 즐길 틈이 없습니다.
거기에 힘든 몸과 거친 호흡이 더해져 그와 같은 '틈'은 더더욱 가지기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하산길은 '상대적으로 편한 탓'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려 갈 일만 남았다...'라는 생각에서 오는 긴장의 이완과 편안함이 넉넉한 시야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산길에 펼쳐지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풍경은,
그와 같은 심리적인 안정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이 분명 아닙니다.
하산하면 곧 들리게 될 섹오마을과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능선길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은
길의 편안함이나 하산하는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와는 별 관계 없습니다.
그저 원래 아름다운 상태...'바로 그 자체'인 것입니다.
'찰칵 찰칵...!!!'
멋진 풍경에는 여지 없이 반응하는 카메라임을 다시 한번 느껴 보며
걸음은 하산길의 여정을 차분하게 진행해 나갑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 홍콩
'휘이잉...휘이잉...'
바람을 막아줄만한 변변한 '키다리 나무'가 없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능선입니다.
바람은 얼굴을 스치고, 모자를 흔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양팔을 떨게 만들고,
때때로 등도 떠밀어 댑니다.
아...정말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해발고도가 낮기에 다행입니다.
만일 '어느 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는 산에서 이 정도의 바람을 경험한다면...
추워 벌벌 떨거나, 저 멀리 날아 가거나, 아니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낮은 포복'으로 기어 내려 가야 했을 것 입니다.
'용이 키가 작아서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인생을 살다가 맞이 하게 되는 '외부로 부터의' 어려움이나 시련은 '딱' 그 사람이 견딜만큼만 오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리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어려워...'라고 푸념할 지라도 말입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거리지시판, 섹오,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 홍콩
변함없이 500m마다 얼굴을 '불쑥' 내미는 거리지시판을 지나자,
그동안 줄곧 평탄했던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바닥이 울퉁불퉁한 바위길로 변신을 합니다.
'오호라~! 딱인걸~!!!'
그렇습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이라는 이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바닥의 생김새입니다.
마치 용의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작은 바위들이 꼼꼼하게 트레킹코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싸아, 이제부터 좀 걸을 맛이 나겠구만~!!!'
트레킹 코스가 변화없이 너무 평이하고 편안하기만 하면 쉽게 지루해 집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힘들지만 때로는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살 맛'도 나고 '재미'도 있어 지는 겁니다.
다양한 모습을 한 용의 등껍질 같은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바닥에 '초첨'을 맞추고
지금부터 사진촬영 모드로 들어 가 봅니다.
확실히 정상으로 향할 때 보다 '꽤 많이' 다이나믹해 진 하산 길입니다.
그리고 접하게 되는 주위의 풍경 역시 시원시원합니다.
오히려 정상인 섹오피크에서 바라보는 풍광보다 더욱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오케이~!!!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진수는 내려가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린 후,
울퉁불퉁한 용의 등껍질을 살금살금 밟아가며 하산길을 재촉해 봅니다.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용'이 깨어 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게 되는 정대리'는 더더욱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섹오마을 방향으로 나 있는 도로가 시야에 잡히는 것을 보니 하산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조금 뒤면 저 밑으로 보이는 도로를, 그리고 오밀조밀한 마을의 골목 사이를 헤집고 다닐 예정입니다.
잠시 뒤...저 아래서 올려다 보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모습은 어떠할까?
하산지점에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벌써 '아래에서 보여지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모습으로 향합니다.
'오우...노노~!!! 도리도리, 절레절레...!!!'
안전하게 하산 할 때까지는 절대로 앞서 가서는 아니 되는 겁니다~!
세차게 고갯짓을 한번 해준 후,
마음을 다시 한번 '다 잡고' 하산 트레킹을 이어 갑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 섹오,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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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슈우웅...슈우웅~'
자동차 다니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을 보니
그럭저럭 다 내려 온 것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정상으로부터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섹오마을'로 향하는 다음 일정 때문에 '용의 등껍질 구간'을 제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했기 때문에,
예상 소요시간을 '아주 많이' 단축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은 소요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면, 좀 더 걸음을 천천히 했을 것을...하는 후회가 몰려 옵니다.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을 만큼' 하산길에 보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역시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진수는 정상인 섹오피크에서의 풍경도,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도 아닌,
울퉁불퉁한 하산길에서 조망하는 풍경입니다~!
오케이...드래곤스 백 트레일에 대한 전체적인 코스와 구간마다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혔으니...
이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그때는 '좀 더' 느긋하게 이곳을 즐겨 보리~!!!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 한 후,
섹오마을로 향하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겨 봅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이 방문자에게 주는 마지막 보너스인
'대나무 숲'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며 말입니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하산 종료 지점에 있는 대나무 숲, 섹오, 홍콩
홍콩 트레킹 여행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 글은 한국홍콩관광청이 운영하는 '정대리의 홍콩이야기' 시리즈로
저희 수요저널과 상호협의관계에 의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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