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1]]
장만옥(張曼玉 Maggie Cheung Man-Yuk), 1964년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가족의 이민으로 청소년기를 영국에서 보냈다. 17세 때 잠시 다니러 온 홍콩에서 미스 홍콩 콘테스트 참가. 동 대회에서 미스 아시아에 선발 된 이후 스크린에 데뷔하였다. 85년 영화 <폴리스스토리>에서 성룡의 상대역으로 인기를 얻은 후 96년 <첨밀밀>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양면성과모순성을 매력적으로 연기해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완령옥>,<차이니즈박스>, <이르마 뱀프>, <클린>등의 작품을 통해 각종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제레미 아이언스, 공리,닉 놀테 등 세계적인 배우와 함께 출연하는 등 홍콩을 넘어서서 세계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장이모 감독의 중국 블록버스터 영화 <영웅>에서 뇌쇄, 청순, 강인함이 조화된 전통 중국 여성의 이미지를 매혹적으로 보여 주고 2004년 <클린>에서 마약중독과 아들에 대한 모정 사이에서의 방황을 하는 역할로 아시아 여배우 최초로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장만옥은 <열혈남아>, <아비정전>, <화양연화>의 영화들을 통해 흥행배우라기 보다는 빛나는 여신의 이미지로 팬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의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연기가 관객들의 혼을 사로잡는 탓이다.
그런 그녀가 미국, 프랑스, 캐나다의 합작이었던 인디 영화 <클린 2004년> 이후로 광고촬영, 잡지화보 촬영만을 간간히 해오면서 새로운 영화 촬영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2007년 5월 16~27일까지 11일 동안 열렸던 프랑스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영화제 경쟁 부분 시상식날, 여우주연상에 한국 여배우 전도연의 수상이 알랑드롱의 입으로 호명되자 활짝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며 진심으로 전도연의 수상을 축하해주던 모습과 행사가 끝난 후 전도연과 어울리며 즐겁게 담소하는 모습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녀를 어서 빨리 대형 스크린 안에서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일부언론들은 하고 있다.
장만옥이 세계적인 여배우로 자리잡는데 왕가위 감독이 있다는 데에 이견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 속에서 장만옥은 특히 빛났다. 그러나 언론들은 왕감독과 장만옥의 성격차이로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을 곧잘 보도하곤 했다. 왕가위 감독의 촬영방식은 예정에 없었던 극단적 즉흥연기를 시나리오나 부연 설명없이 배우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작품 당 12~24개월의 긴 촬영일정(아비정전12개월, 화양연화15개월, 2046 24개월 이상 소요)으로 배우들을 지치게 하는 편이다. 양조위 및 여러배우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익숙해지면 보람있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유독 장만옥은 끊임없이 촬영 중 자주 말다툼을 벌이다가 영화개봉 이후 화해하는 등의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주곤 했었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우정과 공동작업관계는 24개월동안 촬영했던 <2046> 최종 편집본에 자신이 1분도 채 안되는 분량으로 나온 것을 본 장만옥이 감독과 크게 싸운 후 “그의 영화에 다시는 출연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소속매니지먼트 계약을 파기하면서 둘의 ‘환상적인’ 작업은 결국 파탄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번 칸 영화제에서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트 2007> 홍보차 방문한 왕가위감독과 심사위원으로 방문한 장만옥과 여전히 서먹하게 지내더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왕가위, 장만옥 그 둘의 영화적 재회는 아득히 먼 것 같다.
인터뷰에 앞서 이렇게 그녀에 대한 필모그래피와 왕가위 감독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그녀가 위에 관련된 영화에 관한 질문에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가 인터뷰에서 말한 허심탄회한 대답들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사실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덧붙여 적어본다.
장만옥이 주연인 홍콩 영화나 광고를 보면 사람들은 그녀가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고혹적으로 말하는 배우일 것이라 상상한다. 그러나 갓 데뷔한 홍콩 영화 속의 그녀는 탁한 광동어 억양과 발성도 엉망이라 성우가 대신 목소리를 녹음하는 등 장만옥은 그저 아이돌 배우였다. 본인도 <폴리스 스토리>로 데뷔한 후 출현했던 80~90년대 초반 영화들을 다 불 태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당시에는 영화촬영을 하는 게 너무 싫은 고약한 여배우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타들은 사생활보다 일에 대한 질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기자는 영화에 관련된 질문들을 잔뜩 준비하고 인터뷰 장소로 출발했다. 이번 인터뷰는 싸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클라렌스 초이 기자와 함께 동행했다. 클라렌스를 통해 뒤늦게 알게된 사실 중 하나는, 장만옥이 ‘영화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연상되지 않는 장소’에서 인터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많이 준비한 영화관련 질문들은 물 건너갔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기자는 그녀의 팬으로서, 또 수요저널 독자들에게 좋은 인터뷰 기사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서 HSBC 본사 건물 컨퍼러스 룸으로 들어섰다.
장만옥은 여자인 클라렌스에게는 가벼운 포옹을 내게는 악수를 청했다. 옅은 화장과 캐주얼 차림의 그녀는 42살의 나이가 무색할만큼 아름다웠다. 영화에 관한 질문을 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고도 담담하게 솔직한 답변을 해줘 기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기자: 최근의 근황은 어떠한가?
장만옥(이하 장): 사무실에 나와서 근무하고 잡지화보 및 광고 촬영하고 지낸다. (그녀는 최근 HSBC은행의 새로운 파이낸스 상품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요즘의 나는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다.
기자: 최근 10년간 출연한 작품이 10작품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마지막 작품이 3년이나 됐을 정도로 영화를 찍지 않고 있다. 영화를 다시 찍을 계획이 없는 것인가?
장: 없다. 영화를 찍으며 누리는 명성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거기다 영화를 찍으며 뺏기는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 감독과의 미팅, 촬영준비 과정들, 촬영, 녹음, 후반작업, 그리고 영화 홍보를 위한 투어 등....과거에는 내 촬영 분량만 끝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최근 영화들은 배우들에게 연기 외에 비즈니스업무와 같은 일을 장기적으로 요구한다. 그렇게 촬영외 작업으로 어떤 영화에는 1년 넘게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는데 그런 것들이 난 싫다. 그런 일들이 성격상 맞지도 않고 또 내가 해야 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나 없이도 진행될 수 있는 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찍은 영화들이 그런 방식으로 진행돼 내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게 되는 느낌이 들어 한 동안 영화 일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2]]
기자: 약 5년 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X맨 속편에 출연제의를 받았는데 단칼에 거절했다고 들었다. 당시 헐리우드 영화 출연거절 사실이 헐리우드 및 영어권 국가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과거의 필모그래피(출연 영화들을 모아놓은 기록)를 보면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영화를 찍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를 출연하는 결정기준이 궁금하다.
장: 나는 엑스맨과 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헐리우드 SF오락영화들을 좋아하도 않는다. 그런 작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다.
별로 도전할만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거절했다. 나 외에 그런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는 여배우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뿐이다.
기자: 당신은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20년이 넘게 종사해왔다. 영화라는 것에 대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장: 다른 스타 배우들은 제작, 감독, 헐리우드 진출 등 영화라는 장르에 인생을 걸고 전력을 다해 살고 있지만 난 다르다. 난 영화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라는 장르와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하지만 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것만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그저 내 인생의 일부이자 내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좋은 영화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말하며 영화를 찍을 것이고 기회가 오지 않으면 초조해하며 기다리지 않고 다른 일들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나이 18살때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했다. 68세 될 때까지 또는 죽을 때까지 이 일만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내 나이 40대를 넘어섰다. 영화배우 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일들에 도전하면서 나에게 연기 외에 다른 사회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좋다. 남들이 보기엔 흔하고 대단하지 않은 업무라 해도 내겐 새롭고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다는 내면의 자신감이 생겨 행복하다. 만약 앞으로 권위 있고 쟁쟁한 영화제에서 많은 여우주연상을 받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런 내 연기에 대한 관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기자: 세간에는 당신이 영화계에서 은퇴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떠돈다.
장: 아니다. 내 인생의 균형을 찾고 싶은 거지 영화배우로서 은퇴할 생각은 없다. 최근 차이밍량(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타이완 출신 감독), 지아장커 감독(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한 중국본토 출신 감독)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직도 시나리오가 꾸준히 들어오지만, 대부분 2차세계대전이나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강간을 당하거나 시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하는 비운의 여주인공을 다룬 영화들에 출연제의가 들어와 계속 거절하고 있다. 그런 역할은 이미 내가 출연했던 영화 <완령옥>(그녀에게 베를린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클린>(그녀에게 칸느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의 비운의 여주인공 캐릭터와 너무 비슷해서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 사람들이 그 두 작품으로 권위있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서 내가 그런 연기에만 큰 재능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같다. 5년 전의 나라면 얼마든지 그런 슬프고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더 이상 무겁고 비련의 여성 역할은 하고싶지 않다.
기자: 최근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프랑스에 다녀왔다. 감상을 이야기해 달라.
장: 이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어서 특히 색다른 것은 없었다. 배우로서 열심히 활동하던 중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본 영화들에 내린 평가와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떨어져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고 평가했다는 점은 무척이나 다른 느낌을 주어 그런 점이 흥미로웠다. 아,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녀 역시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이었지만 (웃음) 그녀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 칸느 파티에서 본 그녀의 모습이 정말 달랐을 정도로 전도연은 독특한 아름다움과 인상적인 여배우였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많은 이야기는 못했지만 그녀가 내 팬이라고 수줍은 듯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 역시 짧았지만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
기자: 한국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영화제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몇 영화를 보았다.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스타일리쉬하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다. 한국 영화들은 배우들의 연기와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 영화들도 그렇고 <밀양>도 그렇고 좀 알려진 한국 영화도 대부분 비련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들이 대세인 것 같다 (웃음).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가 좀 다른 여성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걸 내가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늙었고(웃음)....뻔한 대답인 것 같지만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을 해보고 싶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마지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처럼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접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계획이라는 말로 마무리 한 그녀는 짧은 굿바이 악수를 청하고 밖으로 퇴장하였다. 까칠하게 답하는 영화에 관련된 그녀의 인생관과 사생활까지 탁한 영국식 억양의 영어로, 미워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하고 떠나가는 뒷모습의 그녀에게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에서 보여줬던 매혹적인 모습들이 겹쳐보였지만 인터뷰 내내 왕가위 감독에 대한 언급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장만옥. 20년이 넘는 배우 생활로 다양한 배우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영화에 모든 인생을 걸며 스크린의 여신으로만 살아갈 줄 알았던 그녀가 배우로서의 활동을 줄이며 HSBC은행 홍보대사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이 행복하고 그렇게 만족하는 자기 자신을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끝내 좋은 영화에 대한 바램과 욕망을 수줍게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 홍콩 영화계 아니, 전세계 영화계는 무엇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친한 친구였던 장국영의 자살, 매염방의 죽음, 그리고 홍콩 영화의 쇠퇴 이후 은퇴를 결정한 그녀의 경쟁자들이자 동료였던 종초홍, 왕조현, 임청하, 홍콩 영화계를 떠나 헐리우드로 간 성룡, 주윤발, 이연걸 등이 선택했던 것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그녀는 이미 화려하고 원대한 꿈을 여배우로서 이루어냈다. 화양연화(花樣年華)의 뜻처럼 \'바로 지금이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살아가는 배우 장만옥.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그녀 역시 아름답지만 영화에서 그녀의 성숙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끝으로 인터뷰에 도움을 준 클라렌스 초이 기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정수태(수요저널 리포터)
ivanjung@wednesdayjournal.net



게시물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