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수 약사의 건강칼럼]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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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약사의 건강칼럼]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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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에 의약품을 복용하게 되면 해당 성분이 태아에게까지 도달되어 영향을 미치고 상당수의 약물은 기형아 출산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임산부가 복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엄격하게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 체계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임산부 약물 위험도 분류였습니다.


FDA는 2015년부터 더 설명적인 새로운 체계인 "Pregnancy and Lactation Labeling Rule (PLLR)" 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A, B, C, D, X 분류가 매우 직관적이고 여전히 널리 참조되기 때문에, 두 체계를 모두 참고할 수 있습니다.


FDA의 5단계 분류


이 분류는 약물의 임신 중 사용 위험도를 A, B, C, D, X의 5가지 범주로 나눕니다. X가 가장 위험한 등급입니다.


- A등급 (Category A)

 

· 설명: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충분한 연구에서 태아 위험성이 발견되지 않은 약물

· 예시: 엽산, 일부 비타민제(적정 용량으로 복용 시)

· 특징: 가장 안전한 등급이지만, 이에 해당하는 약물은 매우 소수입니다.


- B등급 (Category B)

 

· 설명: 동물 실험에서 태아 위험성이 증명되지 않았거나, 동물 실험에서 위험성이 발견되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

· 예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아목시실린), 일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에리트로마이신 등

· 특징: 임신 중 필요 시 의사의 지도 하에 흔히 사용되는 약물들이 많습니다.


- C등급 (Category C)

 

· 설명: 동물 실험에서 태아에게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인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약물. 또는 동물 실험조차 수행되지 않은 약물

· 판단 기준: 약물의 치료 효과가 잠재적인 위험보다 클 경우 의사가 처방할 수 있습니다.

· 예시: 많은 항우울제, 항경련제, 일부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

· 특징: 가장 많은 약물이 속하는 등급으로, 의사의 철저한 판단 하에 사용됩니다.


- D등급 (Category D)

 

· 설명: 인간 태아 위험성에 대한 긍정적 증거가 있지만, 임신 중 사용의 이점이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 사용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중증질볕으로 다른 안전한 약물이 효과가 없을 때만 한정적으로 사용

· 예시: 발프로산(간질 치료제), 리튬(양극성 장애 치료제), 일부 화학요법제 등


- X등급 (Category X)

 

· 설명: 동물 또는 인간 연구에서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약물. 임신 중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입니다.

· 예시: 피임약 (호르몬 성분), 이소트레티노인(심한 여드름 치료제), 탈리도마이드, 메토트렉세이트(류마티스 관절염, 암 치료제), 와파린(혈액 응고 억제제) 일부

· 특징: 이 등급에 해당하는 약물을 복용 중인 여성은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며, 임신 계획 시 미리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트아미노펜 발언 파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 간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존 사용상의 주의사항대로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25일 “임신 초기 38℃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며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2000년대 들어 급증한 자폐증과 타이레놀 복용 간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부프로펜 및 아스피린과 달리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가 해열·진통을 위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에서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일관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학협회 학술지(JAMA)에 2019년 등재된 논문에는 '출생아의 아세트아미노펜 농도와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등재된 논문에는 '스웨덴 아동 250만명 대상 조사 결과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여부와 자폐증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편 FDA는 이날 마틴 마카리 국장 명의의 공지문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ADHD와 같은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누적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명확히 하자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과학 문헌에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의약품의 특성상 인체에 생체실험을 하여 데이터를 산출할 수는 없기 때문에 100% 명확한 보증서가 나올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누적된 신뢰할수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임산부와 태아에게 안전하며 고열로 인한 악영향이 부작용에 비해 훨씬 크므로 고열이 나면 반드시 첫번째 옵션으로 사용이 권장됩니다.


약은 과하면 독이지만 필요시에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사람을 살립니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누적된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필요할때는 꼭 잘 사용하시기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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