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폴리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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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폴리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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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나의 폴리스 스토리

 

학생 시절 좋아했던 홍콩 영화 시리즈가 있었다. 성룡이 정의감에 불타는 경찰로 나오는 ‘폴리스 스토리’였다. 

나중에 중국어를 배운 후 폴리스 스토리의 원제가 ‘警察故事(경찰고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석하면 ‘경찰 이야기’라는 뜻이다.


얼마 전 홍콩의 지하철 역을 지나치다가 ‘警察故事’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성룡이 새로 찍은 폴리스 스토리인가 봤더니 홍콩 경찰 지원 모집 광고였다.


홍콩 생활 동안 내가 겪은 폴리스 스토리를 떠올려 본다. 

실패한 파마 머리에 후줄근한 복장으로 지나가다가 경찰의 불시 검문을 받았던 흑역사가 기억난다. 

친구 하나가 홍콩에 와서 휴대전화를 잃어 버렸을 때 30분도 안 되어 찾아줬던 고마운 폴리스도 있었다. 


 안전한 홍콩의 치안


가끔씩 홍콩 생활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주저없이 최고의 장점으로 안전한 치안을 얘기한다. 

홍콩 거리를 다니다 보면 경찰들이 2인 1조로 순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종종 행인들을 붙잡고 신원 조회 및 소지품 검사를 한다. 

내가 직접 겪게 됐을 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안심하고 다니기 힘든 도시들도 많은데, 홍콩 곳곳에서는 눈에 띄는 푸른 제복들이 안전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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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레지던스 인덱스에서 2021년에 발표한 세계 치안 순위에서도 홍콩은 전세계에서 11위,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 다음으로 3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한국은 세계 순위에서 저 아래 40위에 올라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내년도 순위에는 더 밑에 있지 않을까 싶다.


2022년 6월 30일 기준, 홍콩의 경찰은 27,269명이다.  치안을 평가하는 기준중에 경찰 1인당 담당 인구라는 것이 있다. 

홍콩 인구가 약 740만이니, 경찰 1인이 271명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경찰의 숫자는 2022년 기준 12만 6천명이지만 1인당 담당 인구는 402명으로 홍콩과는 차이가 있다.


부패 경찰에서 엘리트 경찰로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치안 담당자들의 ‘양’보다 ‘질’일 수도 있다.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한들 부패가 심하고 무사안일하면 의미가 없다. 

다행히 청렴도에 있어서도 이곳 경찰의 순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위 클라스다. 

 

내가 주재원으로 처음 홍콩에 왔을 때 내 선임자는 “홍콩 경찰은 엘리트야. 대우도 좋고 선발 경쟁이 치열해”라며 귀뜸해주었다. 

올해 홍콩 행정장관에 오른 존 리도 전직 경찰 출신이다.


하나 홍콩 경찰들이 예전부터 청렴하고 우수했던 것은 아니였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들은 지금과는 달리 부패의 온상이었다. 

경찰들은 노점상이나 상점 주인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기 일쑤였다.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의 영업을 보장해주기도 했다. 결국 민심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 고위급 간부였던 피터 고드바가 부정 축재로 의심되는430만 달러의 경위 보고를 요청 받자 급히 영국으로 도주한 것이다. 

시민들은 시위에 나섰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1974년에 탄생한 것이 바로 염정공서(ICAC)이다. 

염정공서는 훗날 한국 공수처의 롤모델이라고 하여 우리 언론에도 자주 소개되곤 하였다.


출범 초기 염정공사는 경찰국과 심하게 충돌한다. 염정공서의 사정 대상 1순위가 경찰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진통 끝에 홍콩의 경찰은 오늘날의 모습으로 탈바꿈했고, 이런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염정공서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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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를 막기 위한 대우 개선   


부패 방지 및 엘리트 경찰 육성을 위한 대우는 일반 직종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찰 초봉은 월 26,190달러인데 홍콩 사회의 초봉이 일반적으로 2만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좋은 대우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 최고 월급은  38,365달러까지 올라간다. 이는 홍콩 일반 직종 평균 급여가 31,500달러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이다. 

경찰 지위 장교에 해당하는 독찰(督察)의 경우 초봉이 월48, 500달러, 최고 급여는 월 91,615달러에 달한다.


복지후생도 타 직종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주택 구입 및 거주지 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치과를 포함하여 의료 기관의 무료 진료 혜택을 제공한다. 

 

병가 신청시 의사의 동의가 필요한데, 근속 4년 이하의 경찰은 총 91일의 유급 휴가를, 근속 4년 이상의 대상자는 182일의 유급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연속 40주 이상 근무자의 유급 출산 휴가는 14주, 배우자 출산 휴가는 최고 5일까지 쓸 수 있으며 역시 유급이다. 

그리고 경찰자녀교육기금과 복지기금회는 자녀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 교육비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그러하듯 홍콩 경찰들도 사회 정의의 지팡이 역할을 하기란 녹록지가 않다. 

퇴직 후 홍콩대 전업진수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웠던 전직 여경찰은 크리스마스나 연말등의 연휴가 싫다고 했다. 

행사 때마다 많은 인파를 통제해야 하는 업무가 꽤나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작년에는 한 경찰이 코스웨이 베이에서 순시 중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에 의해 칼에 찔려 쓰러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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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 본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약 15년 전이다. 

이제 성룡은 어느덧 환갑을 넘겨 퇴직을 했으니 그가 들려줄 경찰 이야기는 더 이상 없을 거 같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고 자라며 푸른 제복의 꿈을 이룬 폴리스들은 지금도 홍콩 곳곳에서 그들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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