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나이들이 만든 홍콩의 한국커피 전문점 '칵투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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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나이들이 만든 홍콩의 한국커피 전문점 '칵투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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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 바리스타들 사이에서 '한국커피'로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야마테이에 위치한 칵투스 커피(kactus koffee)이다. 부산사나이 2명(박재환, 강무중 공동대표)이 홍콩에 정착한지 몇 년만에 개업한 곳이다. 지하철 오스틴(Austin) 역에서도 골목을 뒤져 찾아가야 하는 칵투스 커피는 동네 분위기와 다르게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색과 핑크색이 눈에 띄었다. 시멘트 벽면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렸고, 대형 통유리로 가장 긴 벽을 채웠다. 핑크색 스프라이트 처막이 귀엽게 가게를 감싸고 있다. 가게 앞 야외 의자, 파이프관까지 직접 핑크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칵투스 커피를 운영하고있는 박재환, 강무중 공동대표는 원래 부산에서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죽마고우 사이로 홍콩에서 삼수이포에서 호텔 사업(좀 더 정확히는 에어비앤비와 모텔운영)을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2018년 홍콩 시위와 팬데믹에 백기를 들어야만 했다. 박 대표는 국경만 닫히지 않았더라도 괜찮은 사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젊은 나이에 적지 않은 빚도 생겼다.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홍콩 유명디자인 건축 회사에서 일하는 강무중 씨와 토목을 전공한 박재환 씨는 호텔 운영시 시범적으로 해본 커피샵의 자신감을 갖고 야마테이에서 다시 도전했다. 


가게 위치나 환경으로 봤을 때 모두가 만류했었는데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한국커피라는 호기심에 온 손님들이 대부분 단골이 된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고, 가게 내 테이블도 빡빡하지 않게 여유로움을 살려냈다. 커피샵이 없을 만한 곳에 근사한 커피샵이 생기니 그야말로 손님들을 빨아들인 것이다.


지하철 조던(Jordan) 역 서쪽은 예로부터 옛 페리 부두가 있던 곳으로, 중국 황강에서 들어오는 도매과일을 취급하는 야마테이 새벽시장과 관광객용 야시장이 유명하다. 또한 밤문화가 활발했던 곳이다. 또한 페리부두와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완전 매립되어  웨스트까우룽 지구가 탄생했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범지역으로 분류되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야마테이에서 그것도 가장 서쪽에서 커피숍을 연다는 것은 거의 도박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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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청년의 도전은 보기좋게 성공했고 한국커피 칵투스가 탄생했다. 고향 부산에 대한 애향심을 그대로 담아 광안대교가 그려진 캔커피도 개발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 이름이 '영도다리', '부산사나이'이다. 텍스트만 보면 촌스러워야 할 것만 같지만 매장과 커피맛, 분위기, 인테리어는 이태원 한 골목 같다. 쿨한 멋짐이 있다.


에스프레소 바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커피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유럽이나 한국에서야 에스프레소가 있지만 아직 홍콩에는 드문 편이다. '한국커피', '코리안커피'로 입소문이 나자 커피샵을 소유하거나 바리스타로 일하는 업계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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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대표는 칵투스 샵과 가까운 곳에 저렴하게 또 다른 공간을 얻고 사무실 겸 로스팅 기계를 구입해 설치했다. 테이블을 놓기엔 부족해서 에스프레스 바 -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오픈했다. 칵투스 본점에서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바는 칵투스 커피와 중복되지 않도록 순수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만 판매하고 있다. 


카페 에스프레소, 카페 스트라파짜토, 카페 피에노, 카페 콘 판나, 카페 오네로소, 카페 그라니따 등등 이름만으로는 아주 낯선 에스프레소 종류가 즐비했다. 귀엽고 앙증맞은 에스프레소 전용 커피 잔에 크림, 라떼, 치즈, 코코아 등 다양한 토핑과 첨가물로 쓰디쓴 맛은 줄이고 취향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박 대표 역시 원래는 이렇게 쓴 에스프레소를 좋아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원래는 믹스커피 마셨죠. 봉지 커피요. 그런데 커피를 배우고 직접 만들어 먹으면서 점점 매력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계속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 보니 정말 재미있어요." 


믹스커피 매니아인 편집장이 카카오 파우더가 들어간 '카페 콘 판나'를 성의껏 비우자 박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코코넛과 밀크가 들어간 에스프레소 '카페 오네로소'를 한 잔 더 권했다. 다행이 그리 쓰지 않고 기대했던 부드러운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따뜻한 물 한잔도 함께 나왔다. 


허허실실 웃음과 경상도 사투리가 진하게 묻은 박 대표는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저랑 친구(강무중 대표)는 너무 서로를 잘 알아서 그냥 마음 먹은대로 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걸 도전할 겁니다. 홍콩만큼 기회가 많은 곳은 전세계적으로 없다고 봐요. 국경이 열리면 제 꿈은 더 커질 겁니다."



kactus koffee 

47 Man Ying St., Yau Ma Tei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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