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씨름대회로 자존감 회복했죠. 봉사의 진정한 보람도 나누고요” 신용훈 홍콩한인체육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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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씨름대회로 자존감 회복했죠. 봉사의 진정한 보람도 나누고요” 신용훈 홍콩한인체육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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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코로나19 감염상황이 확산세임에도 불구하고 홍콩한인팔씨름대회에 120여명이 몰려 뜨거운 경기가 펼쳐졌다. 어려움 속에서도 홍보, 참여, 행사, 스폰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호평을 받으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행사를 안정되게 추진한 홍콩한인체육회 신용훈 회장을 만나 뒷 얘기를 나누었다. 

 

 

팔씨름대회가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으로 마쳤는데 소감 한 말씀 주신다면

상당히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됐다. 본업이 여행업이다 보니 팬더믹 여파로 사업이 무너지다시피 했는데 한동안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체육회를 통한 봉사활동과 소셜 활동을 하면서 힘을 얻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존재 모드냐, 소유모드냐” 그 차이에서 고민했었다. 예전에는 현대인들처럼 ‘소유’ 중심으로 살아왔다고 본다. 코로나를 통해서 사업이 망한 것을 인정하고 난 뒤부터는 ‘존재’ 모드로 삶을 다시 되돌아 보게 됐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타적인 봉사를 제 직업(랜선투어)이나 체육회를 통해 해보면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번 팔씨름대회를 통해서, 봉사를 통해서 삶의 방향을 찾게 됐고, 자존감도 올라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참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30~40명 정도 예상했는데 거의 3~4배 오신 것 같다. 행사 당일에는 사실 노심초사한 부분도 있었다. 너무 밀집해서 모여 있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집단 지성이 있으셔서 다들 스스로 조심하면서 즐기시는 모습에 오히려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참가자들 반응은 어떠했는지

행사 당일 경기장과 선수 대기 홀 사이를 다니면서 참석자분들과 많은 얘기도 나눠봤는데, 홍콩에서 이런 행사가 참 오랫만이라는 반응들이었다. 활짝 웃는 얼굴 표정, 함성, 말투, 분위기를 보니 이런 행사에 많이 목말라 있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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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가 주도적으로 한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예전에 대부분 한인회 주관 행사에 체육회가 일부 부분을 맡아 진행해왔었고, 작년에는 문화관광 행사의 일환으로 랜선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체육회는 땀을 흘리는 행사를 맡아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아무것도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수요저널이 팔씨름대회를 제안해 준 것은 결과적으로 유레카가 된 거나 다름없다. 

 

평소에는 고국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해외 한인부문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가장 큰 체육회 사업이었다.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종목에만 참가할 수 있는데 현재 홍콩에서는 거의 5개 종목(테니스, 탁구, 볼링, 스쿼시, 골프)에 불과하다. 체전에 참가하지 못하는 종목의 회원들이 이번 팔씨름대회에서 많이 봉사하는 기회를 가져서 내부적으로는 활발한 참여 기회가 됐다.

 

많은 한인분들이 참가하면서도 고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셨다고?

처음 생각했던 예산 적정 수준에서 끝까지 마무리된 것이 가장 보람되는 점이다. 함께 준비해준 준비위원들이 상당히 알뜰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가능한 것 같다. 이런 행사 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자발적으로 봉사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정말 감사했다.

생각이 다른 분들이 계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한데, 이번 체육회 임원들에게 감사한 점이 있다. 이번 체육회 임원들에게는 임원 비용을 받지 않고 모든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예전에는 체육회는 부회장이나 임원들에게 일정 회비를 걷어 그 비용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번 회장단은 최종 재정이 부족하면 회장이 직접 매우는 한이 있더라도 기본 재정없이 봉사하는 정신으로 추진하고 있다. 넉넉한 재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돈에 얽매이지 않게 됐고, 그 결과 모두 팔을 걷어 부치고 진심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함께 행사를 준비하면서 체육회 임원들이 다들 온라인과 마케팅 부문에 전문가라고 느꼈다

어려서부터 체육 활동을 많이 했지만 저도 엘리트 체육인 출신은 아니고 생활체육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체육활동을 본인의 건강을 위해 생활화할 수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임원을 꾸렸는데 결과적으로 온라인 마케터 경험이 많은 분들이었다. 그래서 체육회가 온라인과 SNS를 통해서 행사를 추진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한승희 부회장은 한형제횟집을 카톡채널을 이용해 적극 홍보, 영업하고 있고 전 세계 횟집 중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 수 18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스티브 안 사무총장이 운영 중인 페이스북 홍콩을 사랑하는 사람들 ‘홍사사’ 커뮤니티는 1만명 넘었다. (신용훈 회장도 홍콩 여행을 특성화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수 천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체육회는 화상회의 줌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 정도 회의를 진행했고, 카톡과 페이스북, 구글 폼 등을 활용해 행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팔씨름대회 인기가 엄청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팔씨름대회를 개최해 보니 코로나 시국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체 한인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매개체가 될 것 같다. 이것을 조금 더 세분화를 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팔씨름대회도 개최해 보고, 내년에는 더 큰 장소에서 더 많은 한인분들이 참여할 대회를 개최해 보고 싶다. 또한 홍콩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한국-홍콩 팔씨름대회도 개최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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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체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정말 올해는 선방을 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3년만에 열리는 재외동포체전이다. 그동안 국경이 막혀있어서 참여할 수 없었는데 올해부터 다시 참여하게 됐다. 현재 재외동포 중에 체전에 참가할 만한 국가가 18개 정도 인데, 그 중에서 홍콩과 중국만 격리가 있다. 그 큰 중국에서도 60명 정도만 참석하는데 반해 홍콩에서 35명이 참석한다. 엄청난 숫자다. 휴가를 맞추시거나, 출장 일정을 조정해서 참석하시기도 한다.


올해는 어떤 종목에서 수상을 기대하시는지

메달 수상보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먼저 감사를 하고 종목간 경쟁심을 갖게 하고 싶진 않다. 훌륭한 결과보다는 행복한 경과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테니스, 스쿼시, 볼링, 골프, 탁구 5개 종목이 참가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망해보니 인생도 보이고 새로움이 열리더라. 명예, 권력, 돈, 술.. (벌어들이는) 돈의 숫자 맨 뒷자리 0을 하나 더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살아왔다. 코로나로 인해서 제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이 망하게 됐고, 망한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하는 순간 가족이 더 보이게 됐다. 아마 소유 중심으로 살아왔던 내가 존재 중심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시절은 잘 되신 분보다 안 되신 분들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꼭 봉사는 큰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저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봉사는 나누는 것이지, 누가 잘 돼서, 누가 잘 나서, 뭔가 큰 단위의 것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절이 너무 어렵다고, 미래가 불안하다고, 과거가 우울하다고, 심지어는 잘 되는 누군가에게 배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현재 평안을 찾아가는 나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늘 지지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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