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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의 외출 – 토요일 밤의 일탈
토요일 밤 12시.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이 시간에 외출한 것이 얼마만이던가. 내가 향한 곳은 완차이의 축구 펍이었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덕후다. 한국 K 리그 주요 장면도 빠지지 않고 챙겨본다.
주말이면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 핫스퍼 경기를 주로 시청한다.
경기 관람은 인터넷으로 보는 방법도 있고, 집에는 한국 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박스도 달려 있다.
문제는 끊김 현상이다. 한번은 손흥민의 환상적인 슈팅이 골문 구석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공이 서 버렸다.
제일 중요한 순간 화면이 정지된 것이다. 이런 참사들로 나는 종종 축구 펍(pub)을 찾게 되었다.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하는 스포츠 바 - 완차이 스타디움
이날은 밤 12시 반 토트넘 경기가 잡혀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놓칠 수 없는 빅매치였다.
우선 생활의 일탈을 가능하게 해준 안주인님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들 군입대로 한국에 체류 중인 안주인님은 나에게 온전한 자유를 선사하였다. 고맙소!
택시에서 내린 곳은 홍콩섬 완차이의 록하르트(Lockhart)가이다.
화이트 스태그(White Stag), 미스티스(Misty’s), 완차이 스타디움(Wan Chai Stadium), 센트리코(Centrico) 등이 늘어서 있는데, 모두 스포츠 관전 전용 바(Bar)이다.
내가 선택한 곳은 완차이 스타디움이었다. 록하르트가 72-68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입구로 발을 디디자마자 벽을 둘러싼 5개의 대형 스크린이 압도적 위용을 자랑했다.
그 아래에는 맥주를 마시며 편하게 축구 관전을 즐길 수 있도록 TV 화면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 다소 높은 위치에서 관전을 즐겼다.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관전으로 최고였다.
경기는 토트넘의 2:0 승리로 끝났다. 새벽까지 관전한 보람이 있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손흥민은 자기 몫을 다 했다.
7천 스퀘어피트 대규모 스포츠 바 – 쿤통의 더 스타디움
작년 11월은 월드컵이 한창이었다. 한국의 첫 경기 우루과이전. 나는 아쉽게도 후반전만 관전할 수 있었다.
저녁 수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우룬 베이 HKU SPACE 캠퍼스에서 수업을 마치고 인근의 스포츠 바로 달려가야 했다.
쿤통의 더 스타디움(The Stadium)이라는 곳을 검색으로 찾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규모에 입이 벌어졌다. 홍콩에 이렇게 큰 바가 있다니.. 7천 스퀘어피트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실내 스타디움 같았다.
벽을 사이에 두고 넓찍한 바가 3개 정도 펼쳐져 있는 독특한 구조였다.
그리고 실내는 크고 작은 스크린으로 도배를 하다시피 해 놓았다.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스포츠 중계가 진행중인 화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만약 단체 관람을 원한다면 여기가 딱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힝입(Hing Ying)가 4번지에 위치한 더 웨이브(The Wave) 건물 4층에 있다. MTR 쿤통역 B2출구로 나와 4분 거리이다.
조용한 관전을 원한다면 – 사이완호의 더 블라인드 피그
한국국제학교가 위치한 사이완호는 한국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바닷가의 이스트 소호에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데, 끝자락에 위치한 더 블라인드 피그(The Blind Pig)는 스포츠 관전이 가능한 식당 겸 바로서 주변의 다른 음식점들과 차별화를 이루었다.
지난 8월 13일 일요일, 토트넘의 프리미어 리그 이번 시즌 첫 경기 관전을 위해 더 블라인드 피그를 점찍어 놓았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포츠 바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나는 집에서 출발하여 샤우케이완까지 달리기를 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이 바를 찾았다.
정면과 좌우에 각각 하나씩의 대형 화면이 설치되어 있었다. 규모가 아담하여 조용한 관전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분위기였다.
맨유와의 경기도 여기서 보고 싶었지만,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하여 간 곳이 완차이 스타디움이었다. 45 타이홍(Tai Hong)가에 위치해 있다.
한국 축구 빅 매치는 코스웨이 베이 한식당 한아름에서
월드컵 같은 주요 대회의 경우 여럿이 함께 관전시 재미는 배가 된다.
코스웨이 베이 플라자 2기에 위치한 한식당 한아름에서 나는 두 경기를 시청했다.
첫번째는 손흥민에게 병역 면제 선물을 한 아시안게임 결승전이었다.
상대는 한국 축구의 최대 라이벌 일본. 결승전이 한일전이라! 기대감과 긴장감은 두말이 필요없었다. 이승우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실내는 떠나갈듯 들썩였다.
한아름에서의 두번째 경기는 2022년 월드컵 조별 리그 가나전이었다. 같은 시간 한국어 수업이 있었지만 나는 꾀를 냈다.
수업 대신 식사 초대를 하여 수강생들과 단체 관람을 한 것이다.
가끔씩 제대로 작동하는 나의 잔머리! 이날 옆 테이블에서는 한 대학 동창회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응원중이었다.
한식당에서의 관전은 음식도 즐기며 교민들과 하나가 되어 응원하니 일석이조다.
방금 이번 주말 토트넘 일정을 확인했다. 와우~, 홍콩 시간으로 토요일 저녁 7시 반! 황금 시간대다.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고민 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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